60조 식자재 유통 시장의 불편을 돈으로 바꾼 스포카(Spoqa)와 키친보드
우리는 흔히 돈을 버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혁신적인 신기술이나 화려한 소비자용 서비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 식자재 유통 시장의 불편을 돈으로 바꾼 기업 스포카(Spoqa)가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지저분하고 반복적인 불편함을 해결하였는지 함께 알아보자
“가장 거대하고 확실한 비즈니스는 가장 귀찮고 더러운 수기(수동)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곳에서 탄생한다.”
비즈니스 솔루션의 핵심 법칙 중
스포카가 식자재 유통 시장으로 뛰어든 이유
최근 내 일상과 학습을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돈의 심리학: 시간의 자유를 얻기 위한 내 삶의 자동화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스타트업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이와 똑같은 원리로 거대한 시장을 혁신한 한 기업에 주목하게 되었다.
스포카는 원래 전국 2만여 개 매장, 2,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던 국내 1위 매장 고객 적립 솔루션 ‘도도포인트’의 운영사였다. 카페나 식당 계산대 앞 패드에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적립되던 그 익숙한 서비스가 맞다.
하지만 스포카는 2021년 말(공식 매각 완료는 2022년 2월) 이 성공적인 도도포인트 사업을 야놀자에 매각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팔고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일반 소비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B2B 식자재 유통 시장이었다.
1. 왜 하필 식자재 유통이었을까?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무려 연간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에 비해 운영 방식은 지극히 아날로그 적 이었다.
- 깜깜이 거래: 식재료 가격은 날씨와 수급에 따라 매일 요동치는데, 식당 사장님들은 자신이 오늘 산 대파 가격이 합리적인지 비교할 방법이 없었다.
- 소통의 비효율: 수많은 개인 매장들이 유통사 매니저와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 혹은 밤샘 영업 후 새벽에 남기는 음성 메시지로 주문을 넣었다.
- 높은 파편화: 트럭 1대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 소규모 유통사들이 수없이 쪼개져 있었다.
스포카의 두 창업자(손성훈, 최재승 대표)는 도도포인트를 운영하면서 사장님들이 겪는 세 가지 고충(월세, 인건비, 식자재) 중 가장 비효율이 극심하고 금액 규모가 큰 ‘식자재’ 영역에 비즈니스의 골든타임이 있다고 직감했다.
2. 불편함을 해결하자 2시간의 노동을 5분으로 줄이다
식자재 유통 공급망(Supply Chain)에서 스포카가 해결한 핵심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주문 수발주의 비정형성’과 ‘수기 작업의 비효율’이었다.
① 식당 사장님의 고통: 아날로그 주문의 늪
매일 장사가 끝나면 사장님은 여러 식자재 유통업체에 따로 발주를 넣어야 한다. 야채는 A업체, 고기는 B업체, 공산품은 C업체에 각각 다른 형식으로 카카오톡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었다.
- 결과: 어제 보낸 내역과 헷갈려 중복 주문하거나 품목을 누락하기 십상이었고, 유통사의 배송 오배송이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발생하는 불안정한 비즈니스 구조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② 유통사 담당자의 고통: 카카오톡 감옥과 지옥의 타이핑

더 심각한 문제는 유통사였다. 유통사 직원들은 매일 아침 수백 개의 거래처(매장)에서 온 비정형 카카오톡 메시지(“어제 준 거 그대로 한 박스요”, “당근 빼고 감자 두 박스”)를 일일이 읽어 내려갔다.
- 결과: 직원은 이 메시지들을 유통사의 ERP(전사자원관리) 시스템에 맞게 품목 코드로 번역하고 컴퓨터에 수기로 입력해야 했다. 이 단순 입력 작업에만 매일 평균 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아침 업무 시간의 절반이 단순 텍스트 입력과 누락 확인, 오배송 수습에 낭비되었던 것이다.
3. 1분내 주문을 마칠 수 있는 앱, 키친보드
스포카는 이 과정 전체를 시스템화하는 ‘주문톡(OMS)’과 ‘유통사 ERP 연동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 매장 사장님이 키친보드 앱에서 이전 주문 내역을 기반으로 수량만 툭툭 변경해 주문을 누락 없이 입력하면,
- 이 데이터는 유통사의 ERP 프로그램과 직접 연동되어 디지털 정형 데이터로 자동 변환되어 입력된다.
- 이로 인해 유통사 직원이 하루 2시간 동안 하던 타이핑 작업은 단 5분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업무 시간 96% 감축)
4.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했고, 플랫폼은 어떻게 구축했는가?
B2B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벽은 ‘닭과 달걀의 문제’다.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는 매장(수요)이 많아야 유통사(공급)가 오고, 유통사가 많아야 매장이 온다.
스포카는 이 문제를 아주 영리하게 해결했다. 그 무기는 바로 ‘도도카트(Dodo Cart, 키친보드의 전신)’를 통한 아날로그 데이터의 디지털화였다.
Step 1. 종이 명세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수집 (OCR 기술의 활용)
초기 스포카는 주문 기능 없이 “식당 사장님들의 복잡한 식자재 비용 장부를 대신 적어준다”는 가치를 먼저 제안했다.
- 사장님이 식자재 배송과 함께 받는 복잡하고 포맷이 다 제각각인 종이 ‘거래명세표’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업로드하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 스포카는 여기에 AI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적용하여 이미지 속 비정형 텍스트(품목 이름, 단가, 수량, 거래처, 일자 등)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했다.
-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가공하여 매장별 월별 지출 현황, 주요 식자재(대파, 양파 등) 원가 변동 추이를 분석한 ‘모바일 식자재 명세 보고서’를 사장님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Step 2. 데이터 기반의 정보 비대칭 해소와 유저 락인(Lock-in)
이 명세표 데이터 수집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장님들은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내가 산 오이 가격이 지난달보다 얼마나 올랐는지”, “옆 동네 가게는 이 품목을 얼마에 사 오는지” 통계 보고서를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 스포카는 대량의 식당 매장(수요자) 데이터와 식자재 품목별 가격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손에 쥐게 되었다.
Step 3. 통합 주문 플랫폼 ‘키친보드’로의 전환과 공급망 연동
수십만 장의 명세표를 분석하며 확보한 점주들과의 신뢰, 그리고 축적된 매장 사용성(UX)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포카는 도도카트를 ‘키친보드’로 개편하며 단순 장부 앱에서 ‘주문 관리 및 유통 통합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 축적된 도도포인트 적립기 UX 기획력을 살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의 사장님들도 손쉽게 발주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를 구현했다.
- 유통사를 위한 관리자 웹을 개발하여 주문 접수, 배송 상·하차 지시서 자동 출력, 미수금 결제 관리, 단가 관리 기능을 하나의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여 유통사들마저 키친보드 생태계로 강력하게 락인시켰다.
5. 수익 모델 어떻게 돈을 버는가?

과연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스포카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키친보드는 사용자(식당 사장님)에게는 기본적인 발주 및 장부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여 볼륨을 키우고, 유통사 및 플랫폼 거래 구조 내에서 명확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① 거래 수수료 (Transaction Fee)
플랫폼 내의 핵심 수익원이다. 매장 사장님이 키친보드 플랫폼에 입점한 제휴 유통사에 발주를 넣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문 거래 총액에 대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수취한다.
거래액 규모가 커질수록 스포카의 매출도 복리로 늘어난다.
② B2B SaaS 솔루션 이용료 (Subscription Fee)
식자재 유통사를 위한 고도화된 백오피스 및 ERP 연동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월 사용료를 받는다.
특히 배송 루트 최적화, 배송 상·하차 지시서 생성, 실시간 미수금 관리 등 유통사의 인건비를 극적으로 줄여주는 유료 기능들을 통해 구독형 매출을 확보한다.
③ 유통사 매칭 수수료 (Matchmaking Fee)
키친보드가 수집한 품질 평판 데이터(배송 정확도, 서비스 품질, 단가 합리성 등)를 바탕으로, 신규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유통사가 필요한 식당 사장님에게 검증된 최적의 유통사를 소개해 줍니다.
이때 매칭이 성사되면 유통사로부터 영업 대행 수수료를 받는다. 기존 유통사의 직원들은 발로 뛰면서 새로운 매장을 뚫어야 했으나, 이제는 스포카가 직접 영업의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그에 따른 수수료가 수익의 일부가 되었다.
④ 데이터 솔루션 및 광고 수익
5만 개 이상의 가입 매장과 수백 개의 유통사에서 오가는 식자재 유통 빅데이터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식자재 생산 기업이나 대형 유통 유통사들에게 특정 원자재의 소비 트렌드, 지역별 물가 예측 등의 데이터 솔루션을 판매하거나 유통사들의 노출도를 높여주는 프리미엄 광고 비즈니스를 영위한다.
6. 키친보드가 그리려는 넥스트 스텝, 외식업 공급망의 미래
현재 월 4만 건 규모의 주문을 처리하며 가입 매장 5만 곳, 제휴 유통사 300여 곳을 확보한 키친보드는 단순히 주문 전달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flowchart TD
A["종이 명세표 수집
(OCR 장부 정리)"] --> B["주문 및 발주 자동화
(키친보드 주문톡/OMS)"]
B --> C["유통사 ERP 연동 및 SaaS 제공
(결제/미수금/배송 관리)"]
C --> D["AI 기반 공급망 인프라
(수요 예측/자동 결제/금융 서비스)"]
style A fill:#f9f,stroke:#333,stroke-width:2px
style B fill:#bbf,stroke:#333,stroke-width:2px
style C fill:#bfb,stroke:#333,stroke-width:2px
style D fill:#fbb,stroke:#333,stroke-width:4px
- 인공지능(AI)을 통한 수요 예측: 매장의 과거 주문 패턴과 계절적 요인(날씨, 요일, 공휴일 등)을 분석해 유통사와 매장 모두에게 적정 재고와 선주문 수량을 제안하는 AI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 정산 및 미수금의 금융화: 현금 흐름이 정체되기 쉬운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플랫폼이 직접 결제를 보증하거나 미수금(미납금) 관리를 자동화하는 핀테크 영역으로 금융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물류의 디지털 통합: 배송 기사 전용 앱을 통해 상하차 상태를 실시간 체크하고 배송 동선을 최적화하여 60조 원 시장의 물류 비용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포카 기업으로 바라본 뉴질랜드 식자재 시장
내가 스포카라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내가 그 식자재 유통 시장의 한 가운데 있는 Chef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 과는 다르게 뉴질랜드에서는 자영업자가 많지가 않다.
중소 규모의 매장과 유통사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인 것에 비해, 뉴질랜드는 대형 유통사(Bidfood, service food 등)들이 전체를 가지고 있는 구조이다. 중소 규모의 자영업자들도 물론 대형 유통사들의 식자재 가격을 비교를 할 수 있지만, 선택의 옵션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뉴질랜드 매장에서는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해서 일반적으로 식자재 주문을 한다. 기존 주문 내역에서 가져올 순 있지만, 너무 많은 식자재 내역을 가지고 있기에 선택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려, 차라리 검색 이후 선택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정산과 미수금 등을 별도로 관리해 주거나 하는 부분도 없다. 많은 힘을 가진 대형 유통사와 별 불평 불만이 없는 자영업자들만 존재하는 구조이다. 스포카는 여기 이 중간에 들어가, 각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돈을 벌고 있다.
말로 풀어보면 쉽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처음 스포카가 이 제안을 매장과 유통사에 했을 때, 이렇게 술술 풀렸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좋아한다. 설사 그게 불편할 지라도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연 것은 스포카의 끊임없는 설득과 결과값으로 그들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스포카가 식자재 유통 시장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그에 따른 수익 모델을 알아보았다.
